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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놀아보자

낙엽으로 그림 꾸미기

by 교통과의 대화 2013. 3. 7.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로 바꾼 이후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는 딸아이 사진이 쌓여만 갑니다. 가끔씩 시간내서 정리를 하긴하지만 새로운 사진이 쌓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하는군요.

오늘도 여기저기 쌓인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딸아이의 작품(?) 사진이 하나 보입니다.

 

2010년 가을의 초입에 공원에 나들이간 아빠와 딸.

딸 : ......(아무 말 없이 무언가를 열심히 줍습니다.)

아빠 : 뭐해? 낙엽줍는구나?

 

딸아이가 줍는 낙엽은 사람들 발에 밟히고, 물에 젖어 지저분합니다.

아빠의 실력을 발휘해서 예쁘게 물들고 지저분하지 않은 낙엽들을 열심히 모아주었습니다.

 

딸 : 우와~ 아빠, 최고!

 

네. 그렇습니다. 거창하고 대단한 무언가를 해 주기보다, 정성이 들어간 작은 도움이 '아빠 최고' 소리를 불러옵니다.

 

낙엽을 가지고 와서 한참 고민을 합니다. 책사이에 꽂자니 부서지고, 비닐봉투에 넣자니 귀퉁이가 뭉게질테고......

아빠 : 그림 좋아하니 낙엽으로 그림 그리는 건 어때?

 

이제 스케치북이 등장합니다.

딸 : 무얼 그릴까?( 어떻게 그릴까라고 묻지 않더군요.)

딸 : 아빠 나 새 그릴래. 아빠가 새 그려줘.

 

이런 난감할 때가. 아빠의 그림실력은 바닥입니다. 겨우겨우 새라고 그렸는데 당최 무엇을 그린 건지 알 수 없군요.

딸 : 아빠 무지 잘 그린다~

아빠 : ......(다행입니다. 아직은 어려서 잘 그리는 줄 아는군요.)

 

새 두마리, 구름 하나 그려주니, 스케치북에 머리를 파뭍고 열심히 낙엽그림을 그립니다. 거침없이 낙엽에 테이프를 붙여 모양을 꾸미고, 낙엽 사이사이에 색연필로 잠자리와 꽃도 그려넣습니다. 흰색 스티커로 낙엽으로 만든 새에게 눈도 만들어주네요. 눈에는 어김없이 긴 눈썹을 그려넣습니다.

 

 

다음 해에 유치원에서 가서도, 초등학교에 가서도 가을이면 낙엽그림을 하나씩 그려오더군요. 한 번 해봐서 자신있게 그렸다는 딸아이의 말을 들으면, 딸아이에게 작은 도움을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